2020. 12. 21.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요소는 결국엔, "투자를 어떻게, 그리고 또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이다. 스타트업들은 초기에는 창업자들 본인의 자본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 조달한 자본금은 금방 바닥을 드러낼 수 밖에 없고, 외부로부터 투자 유치가 지속적인 회사운영에 필수적이다. 이 단계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막대한 자본시장에 접근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대다수(사실상 99.9%)의 소규모 신생기업들은 벤처 파이낸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VC들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지만, 미국으로 진출하여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는 사례를 많이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미국 VC들의 투자액수의 단위가 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투자유치를 위해 우수한 후보기업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미국 내 벤처 파이낸싱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준비가 없이 섣부르게 미국진출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하거나, 언어적인 문제로 인하여 미국 VC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피칭에서 설득력있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되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도 많은 미국 벤처 파이낸싱의 구조와 법률상 이슈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투자 라운드/규모에 대한 고려 일단 본인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라운드와 규모에 대하여 정확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리즈 시드(Seed) 말 그대로 회사의 아주 초창기에 종잣돈으로 필요한 투자금을 의미한다. 사실 시리즈 시드는 꼭 VC 펀드가 아니어도 되고 아닌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주변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엔젤투자라 불리우는 초기 소액 투자를 받는 경우가 흔다. 위 투자금은 보통 기업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초기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기간 동안의 회사의 운영비로 사용된다. 시리즈 A 어느 정도 확고한 사업계획이 수립되었다면 (물론 사업타당성을 어느 정도 보여주어야 함), VC 펀드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단계로 본다. 이 단계에서의 사업계획이란, 보다 구체적으로 본 제품이나 서비스의 양산단계에 들어가서의 여러 사업적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는 계획까지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 때, 1차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는 단계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의 지연이나 다름 라운드까지 걸리는 기간(최소 2개월에서 6개월 정도)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후속 라운드 (시리즈 B, C, and on / 브릿지 파이낸싱) 시리즈 B 시리즈 A 단계 이후에 여전히 회사의 운영비를 자체적인 매출로써 조달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외부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고려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회사가 앞선 투자를 유치하면서 제출한 사업계획에 얼마나 부합하도록 회사를 운영해 왔는지가 회사가 시리즈 B 투자 이후로도 얼마나 회사에 대한 통제권(경영권)을 유지하고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시리즈 B 단계까지 오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업능력을 입증한 경우라면, 퍼스트 라운드에서보다 1.5배에서 2배까지 프리미엄을 매겨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퍼스트 라운드에서 투자에 참여한 VC들도 보통 세컨드 라운드 투자에 참여하면서 투자금의 1/4에서 1/2 정도를 제공하게 되며, 새롭게 투자에 참여하는 리딩 투자사가 일반적으로 세컨드 라운드의 주당 가격과 투자조건 등을 정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회사가 사업계획에 비해 실적이 부족한 경우라면, 세컨드 라운드에서 신규 투자자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당연히 퍼스트 라운드보다 프리미엄은 커녕 더 낮은 주당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수도 있고 창업자들의 지분이 상당히 희석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투자자들의 투자 조건이 회사 입장에서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예컨대 배당금 비중이 높거나 다중의 청산 우선조항이 포함되는 불리한 조건의 우선주 발행을 해야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경영진의 교체와 더욱 엄격한 경영 통제를 시도할 수도 있다. 시리즈 C and on 회사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시리즈 C, D 등의 추가 투자를 계속 유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시리즈 C 부터는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말기(later-stage)에 해당하고 더 도약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선 투자들을 통해 보여준 사업실적과, 현재까지의 성장속도, 앞으로의 사업전망 등을 경영진들이 VC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브릿지 파이낸싱 (Bridge Financing) 다음 라운드의 투자 유치까지 기간이 좀 남았으나 자본이 바닥난 경우, 필요한 자본을 충당하기 위해 브릿지 파이낸싱을 통해 단기간 대출을 이용하기도 한다. 브릿지 파이낸싱 조건에 따라,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시장 이자율과 할인된 전환 가격을 보장받으며,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보증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의 대출은 다음 우선주 투자 라운드에만 전환되므로 그 시점까지는 이자가 누적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자 찾기 시리즈 시드 사실 이미 한번 스타트업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창업자가 아닌 이상, 사업 초기에 VC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들에게 적게는 수 만불, 수십 만불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VC들만 찾아다니면서 미팅을 제안하기 보다는 엔젤투자자를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특히 이 엔젤투자자들이 VC 커뮤니티에 다시 나의 회사를 소개함으로써 해당 업계에서 점차 인지도를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리즈 A 첫 번째 단계로 나에게 투자를 할 만한 VC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투자자를 단 한명이라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찾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단 한 곳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VC들이 여럿이라면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VC를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회사의 산업과 시장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 분야나 시장에서 이전에도 투자를 해 온 이력이 있는지, 투자의 성과는 어땠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대주고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회사의 자문역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한데, 창업자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산업이나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여야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지나친 경영간섭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투자자들이 창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사업에 대하여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단순히 투자금이 걸린 투자자-피투자자 관계를 넘어서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인간적인 VC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인간적인 투자자라면, 회사의 성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추가적인 투자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업계의 다른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VC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pitching) 프리젠테이션을 잘 준비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VC들이 회사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내용만 군더더기 없이(보통 PPT 슬라이드 10장 이하, 18분 이내)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회사에 대한 소개라는 것이 길게 하자면 밤새 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압축적으로, 제품(서비스)과 기반 기술에 대한 소개, 시장의 규모(시장성)와 성장 가능성, 경쟁업체 대비 우위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VC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부분이 곧 "사람"이다. 스타트업이 가진 것이라곤 사람뿐이어서, 결국엔 그 사람을 보고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창업자들의 우수성과 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인데, 단순히 좋은 학교, 좋은 회사 출신임을 서술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VC들에게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스탠포드, MIT, 아이비리그 등 유명 대학 출신과 실리콘밸리 유명 IT기업 출신 창업자들이 발에 채이는 곳이 바로 미국 스타트업 시장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객관적 우수성에 대하여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매력"이라는 주관적 요소로 VC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사업에 대한 열정, 성공에 대한 열망, 창업자들간의 팀워크, 기존의 실패사례를 통하여 얻은 교훈과 이를 설득력있게 포장하는 능력 등이 해당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미국 내에서 VC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의 가능한 구조(convertible promissory note, SAFE, 우선주 발행 등)와 각 구조별 장단점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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